책 소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간 한 지식인의 사랑과 사상,
그의 역동적인 생의 중심에는 “거인” 박정희가 있었다
황용주와 박정희의 시대는 그야말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였으며, 그들은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지금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한 인물의 일생을 되짚어봄으로써 저자는 그 세대 지식인들이 입었던 상처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깊은 경의를 표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번쯤 돌아보아야 할 과거의 역사와 그 역사 속의 인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차례
들어가는 말 : 아 정희야, 아 란서야
1_ 미리벌, 밀양
2_ 마산, 유년의 환각
3_ 대구사범학교?세상에 눈뜨다
4_ 오사카 중학 : 문학청년의 꿈과 민족
5_ 구원의 여인, 이창희
6_ 학병, 강제지원 당하다
7_ 한국 지성사와 학병세대
8_ 상하이 블루스
9_ 탐색과 도피?해방 직후
10_ 고향의 봄?세종학교 시절(1947-1955)
11_ 자유기고가의 삶 국제신문, 부산일보
12_ 주필시대의 열림(1958-1961)
13_ 운명의 재회, 박정희
14_ 5.16 ‘민족혁명’의 주역이 되다
15_ 정수장학회의 진실
16_ <세대>지 필화사건
17_ 만년의 삶
18_ 아버지와 딸
저자
안경환
"1948년에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부산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로스쿨을을 거쳐 산타클라라대학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로 일했다. 1987년 귀국하여 2013년까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헌법, 영미법, 인권법, 인권사상사, 법과 문학 등 다양한 주제를 강의했다.
그동안 런던 정경대와 미국 남일리노이대학 및 산타클라라대학 방문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2006년 1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제기구조정위원회(ICC) 부의장을 역임했고, 정년퇴임 후에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인권법률가협회(ICJ)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여성권익디딤돌상(2004)과 대한민국법률가대상에서 인권부문(2012)을 수상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통합적 지성의 배양을 강조하는 이 시대의 문필가로서 『법과 문학 사이』,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와 같은 교양서는 물론, 『조영래 평전』, 『황용주:그와 박정희의 시대』, 『윌리엄 더글라스 평전』 등 3권의 인물 전기도 썼다. 『동물농장』, 『두 도시 이야기』, 『바틀비/베니토 세레노/수병, 빌리 버드』 등의 영미 문학작품을 번역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저 『법, 영화를 캐스팅하다』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배심제와 시민의 사법 참여』, 『사랑과 사상의 거리 재기』, 『셰익스피어, 섹스어필』, 역서로 『헌법학입문』, 『지혜의 아홉 기둥』, 『미국법 입문』, 『미국법의 역사』, 『미국법의 이론적 조명』 등 전공인 법학을 비롯한 수많은 사회비평서가 있다. 특히 통합 학문으로서의 법학을 유념하는 저술과 활동에 비중을 두었다.
『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는 오랜 시일에 걸쳐 셰익스피어 법률 주석서를 준비하고 있는 지은이가 사전에 펴내는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2012), 『에세이, 셰익스피어를 만나다』(2018)에 이은 셰익스피어 에세이 3부작의 완결편이다."
출판사 리뷰
“마르크스 보이, 문학청년, 학병장교, 5.16 쿠데타의 주역, 정수장학회의 입안자, 1964년 『세대』지 필화사건의 희생자, 황용주(黃龍珠, 1918-2001).” 『황용주 : 그와 박정희의 시대』의 저자 안경환은 서울법대 교수로 부임한 직후에 이미 오래전에 야인이 된 황용주를 찾아 타계할 때까지 그와 교류했고, 이후 10년도 넘게 그의 일기를 소장하면서 황용주의 일생에 대한 평전을 집필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저자가 그의 일기에서 확인한 것은 격동기를 산 한 지식인의 정열적인 사랑과 사상이었다. 황용주는 “대한민국 국민이기보다 한반도의 주민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 민족주의자였고, 이 책은 그의 평생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역동적인 생의 중심에는 대구사범학교 4기 동기생 박정희(朴正熙, 1917-1979)가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빛과 그림자였다.
황용주의 일생의 중심에는 한 사나이와 한 여인이 있었다. “아 정희야! 아 란서야!” 여든두 해, 생을 결산하는 마지막 순간 그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새어나온 두 마디였다. 친구와 딸이다.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의 정체는 역사적 공범의식이었다. 굳이 분해하자면 자신이 본체이고 박 대통령이 분신이었다는 자부심에 차 있었다. 나라를 구할 ‘민족주의 혁명’이라는 그들의 확신 앞에 군사 쿠데타라는 비상행위는 정당하고도 불가피한 수단이었다. 실제로 총칼을 들고 나선 군인들에게 5.16은 비열한 권력욕의 발로였는지 몰라도 정작 군사혁명을 부추긴 그에게는 민족을 구하기 위한 엘리트 계급의 자구행위였다. 두 사람이 공유했던 신앙은 『국가와 혁명과 나』, 삼위일체의 교리였고 민족통일은 신성불가침의 지상 과업이었다. 그러나 그가 품었던 원대한 이상은 현실의 권력투쟁 앞에서 무력했다. 1964년 11월, 세칭 ‘세대지 필화사건’을 계기로 혁명동지로부터 강제격리 당하고, 그의 공적 인생도 끝났다. 후반의 생은 지난날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비운의 죽음을 맞는 친구에 대한 애도의 나날이었다. 평생을 동경했던 불란서(佛蘭西)에서 이름을 딴 외동딸, 란서(蘭西)는 혈육을 넘어 평생을 가꾸어왔던 사랑과 사상의 결정체였다. 자유, 평등, 박애, 예술, 지성, 낭만……소년 시절 이래 숭앙해오던 이상의 나라, 프랑스의 총체적 미덕을 딸의 이름으로 화체(化體)시킨 그다. -「들어가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