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3부작으로 전쟁과 혁명의 혼란, 그리고 그 안에서 파괴되는 인간성을 탐구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짧은 소설 25편을 묶은 소설집이 출간된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을 비롯해 소설가 은희경, 신경숙, 김연수, 영화평론가 이동진 등 국내외 명사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망명 후 수년간 집필한 이 짧은 소설들에 외부 상황으로 인한 가족의 분열, 생계를 위한 장시간 노동 등 자신이 겪어온 세계를 오롯이 담았다. 장편소설 『어제』 발표 이후 10년 만에 출간된 이 작품집은 『르 몽드』로부터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작품 중 가장 낯설고 내밀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품들에는 죽음과 절망, 사랑과 상실이 공통적인 주제로 흐른다. 한 노동자는 40년간의 노동 끝에 비명 같은 “Non!”을 미처 다 쓰지 못하고 죽고,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 뒤 홀가분함을 느낀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딸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아버지와 자신이 함께 걸어본 적이 없음을 곱씹는다. 작품 도처에서 발견되는 환상성과 우화적 구성은 작가 특유의 건조하고 서늘한 문체와 맞물려 무게감과 깊이를 더한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형성한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집필된 이 작품들을 통해서 독자들은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학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차례
도끼
북역행 기차
나의 집에서
운하
어느 노동자의 죽음
나는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선생님들
작가
아이
집
나의 누이 린, 나의 오빠 라노에
아무튼
우편함
잘못 걸려온 전화
시골
거리들
영원히 돌아가는 회전열차
도둑
어머니
초대장
복수
어느 도시로부터
제품
나는 생각한다
나의 아버지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
1935년에 헝가리에서 태어나서 2011년에 스위스에서 영면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8세 되던 해 자신의 역사 선생과 결혼했다. 20세에 아기 엄마가 된 그녀는 1956년 소련 탱크가 부다페스트로 밀고 들어오자 반체제 운동을 하던 남편과 함께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조국을 탈출했다.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에 정착한 후 친구도 친척도 없는 그곳에서 지독한 외로움 속에 생계를 위해 시계 공장에서 하루 열 시간 동안 노동했다. 27세에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어를 배웠고, 3부작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발표함으로써 또다른 유럽의 작가인 밀란 쿤데라에 비교되는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는 그녀가 망명 후 수년간 집필한 짧은 소설이다.
역자
용경식
1956년 서울 출생.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디드로의 사실주의에 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6년 동서문학 제정 제1회 번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자기 앞의 생』『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어제』『아무튼』『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투쟁 영역의 확장』『D의 콤플렉스』『나는 떠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