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전쟁은 한국사회 내부에서 그것을 일으킬 만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었는가. 그와 함께 장기지구전으로서의 한국전쟁을 지탱할 수 있었던 물질적 힘은 또한 어디에서 나왔는가 하는 점이 이 책의 첫번째 관심거리이다. 여기에 대해서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것이 한국농업을 깡그리 황폐하게 만들면서 치뤄졌다는 점이다. 둘째로 이 책이 밝히고 있는 것은 일제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식민지성과 반봉건성이 어떻게 해체, 재편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일제의 물적 유산이 일단 파괴, 소멸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근대적인 산업자본축적에 의한 자주적인 국민경제의 형성과정으로 된 것은 아니었다. 두 가지 성격의 일정한 단절 속에서의 연속성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세번째 관심거리는 휴전 후 50년대의 자본축적 패턴을 어떻게 성격짓느냐 하는 점이다. 이 책은 여기에 대해서 지금까지의 통념으로 되어온 외국원조의존적인 축적논리를 과감히 청산하고, 국내농업희생적인 축적논리를 펼 것을 제창했다. 현시점에서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이 바로 타율성사관의 극복이라면 '원조'라는 경제적 개념의 설정 자체를 영원히 추방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