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저자는 노동가치이론이 정치경제학 서클의 비표를 부착한 특정 집단의 암호로 통용되는 데에 반대해왔다. 이 방면의 독서에 사전 준비가 없거나 그 메시지의 실천에 헌신을 다짐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변함없는 소신이다. 따라서 이 책은 처음부터 노동가치이론이 도달할 어떤 결론의 수락 여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차라리 거기에 상당한 반감을 표시해온 사람조차 선뜻 거부하지 않을 일상의 형식논리에 충실하면서, 그 내용을 서술하고 함의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 논리의 치밀성과 추론의 엄격성에 대한 강조가 자칫 변증법의 무시니 계급의식의 제거니 하는 등속의 비난을 불러올 여지가 없지 않지만, 솔직히 저자는 그런 언어들의 남용이 초래할 위험을 크게 경계한다. 노동가치이론도 하나의 이론인 이상 '이론 일반'이 지니는 제약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그런 제약을 선선히 받아들이면서 거기에 출구를 찾는 일이 한층 더 중요하며, 그것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을 비롯하여 모든 진보적인 사회과학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