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로마 지배로 히스파니아(Hispania)라는 단일체 개념이 형성된 시기로부터 스페인은 서구 세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책은 지난 2,000년에 걸친 스페인 역사 각 시대의 인물들과 주요 경향들을 조명하고 있다. 비시고트 왕국과 무어인 스페인, 신세계 제국의 수립, 18세기 계몽사상을 다룬 장들은 모두 스페인의 정치, 경제적 발전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또한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스페인인들의 놀랍고도 다양한 예술적, 문학적 업적들을 보여준다. 초점을 19세기로 옮기면 우리는 자유주의의 흥망성쇠, 쓰라린 내전과 더불어 권위주의 지배의 길을 연 혼란스런 시기를 접하게 된다. 이 책은 독재를 벗어난 스페인의 출현과 정치, 경제적 근대화, 유럽 연합 편입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역자
김원중, 황보영조
김원중
1958년 광주(光州)에서 태어나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에서 근대 초 스페인 정치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16세기 스페인 제국의 재정 그리고 절대 왕정의 성격」, 「근대 초 스페인 제국의 흥기와 몰락」, 「근대 초 스페인 종교재판소와 유대인 문제」, 「16세기 카스티야 코르테스와 마드리드」, 「망각협정과 스페인의 과거청산」, 「역사기억법과 스페인의 과거청산 노력에 관하여」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유럽 바로 알기』(공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06), 『대항해 시대의 마지막 승자는 누구인가』(민음인, 2010), 『스페인 문화 순례』(공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서양사 강좌』(공저, 아카넷, 2016), 『디코팅 아메리카』(공저, 지식의날개, 2018) 등이 있다. 역서로는 『거울에 비친 유럽』(조셉 폰타나, 새물결, 1999), 『스페인 제국사 1469~1716』(존 H. 엘리엇, 까치, 2000), 『스페인사』(레이몬드 카, 까치, 2006), 『스페인 내전』(안토니 비버, 교양인, 2009), 『코르테스의 멕시코제국 정복기』(전2권, 에르난 코르테스, 나남출판, 2009),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벤자민 킨 외, 전 2권, 그린비, 2017), 『대서양의 두 제국』(존 H. 엘리엇, 그린비, 2017) 등이 있다.
황보영조
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 현대사를 가르치며 에스파냐 근현대사, 특히 에스파냐 내전과 프랑코 체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토지와 자유: 에스파냐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2020), 『기억의 정치와 역사』(2017), 『토지, 정치, 전쟁』(2014), 『세계 각국의 역사논쟁』(2014, 공저), 『스페인 문화 순례』(2013, 공저), 『세계화 시대의 서양현대사』(2010, 공저), 『역사가들』(2010, 공저), 『꿈은 소멸하지 않는다』(2007, 공저), 『대중독재』(2004, 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피와 불 속에서 피어난 라틴아메리카』(2020, 공역), 『현대 라틴아메리카』(2014, 공역), 『인류의 발자국』(2013), 『아메리카노』(2012, 공역), 『세계사 특강』
출판사 리뷰
영국이나 독일 같은 다른 유럽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후진적이고 못사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스페인은 사실 빛나는 과거와 전통을 가진 나라이다. 스페인은 중세 문명의 길을 열었고, 유럽 최초의 세계제국으로 군림한 바 있으며, 근대 초기에는 “신대륙”을 정복하여 세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나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은 스페인 사람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정착한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형성되었는지를 고대부터 중세, 근세,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따라가며 그려낸다.
역사 시기에 이베리아 반도에 나타난 가장 선진 민족은 이베리아인이었고, 그다음으로 켈트족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스와 페니키아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고대 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어나가던 스페인은 포에니 전쟁 이후 카르타고에 이어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특히 로마의 영향은 지대하여 15세기 살라망카 대학 교수 마리네우스는 “모든 기억할 만한 것들은 로마인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마는 교통, 제조업, 그리고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함으로써 이베리아 반도에 깊은 흔적을 남겼지만, 사실 로마가 스페인에 남긴 가장 항구적인 유산은 물리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면이었다. 라틴어는 그 지역의 로망스어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그리고 다른 유럽 지역들과 지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고리를 제공했다. 로마의 법은 반도를 일체감을 가진 하나의 정치체로 통합시킴으로써 순전히 지역적인 정체성과는 다른 것으로서 하나의 히스패닉(a Hispanic)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 점에서 스페인 자체가 로마의 발명품이며, 스페인의 역사는 로마 시대에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로마를 몰아낸 비시고트 왕국은 정치적, 문화적으로 통일성을 이루면서 번영을 구가했는데, 8세기 초 무어인에게 침입을 당함으로써 이슬람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이 시기는 8세기 초부터 13세기 말까지로 스페인 역사가들에게는 레콩키스타(Reconquista), 즉 재정복의 시기로 알려졌다.
15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의 스페인의 역사는 서양 근대사 연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에 스페인은 유럽 최초의 초강국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한다. 스페인 절대주의의 시작은 1469년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의 결혼에 의해서 이루어진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이원적 국가의 정치적, 군사적 역동성은 머지않아 일련의 광범위한 대외정복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으며, 무엇보다 신대륙의 발견과 정복, 정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극적인 팽창의 시기에 스페인은 또한 문(文)과 무(武)의 이상적인 결합을 이루어 놀라운 예술적 창조와 사회적 평화를 형성함으로써 “스페인의 황금시대(Edad de Oro espa?ola)”를 열었다.
그러나 최후의 세계제국 황제로 묘사되는 신성 로마 제국의 카를 5세는 이런 상황을 더 발전시키지 못하고, 결국 많은 신민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그 결과 표출된 사건이 대규모 도시 반란, 즉 코무네로스 반란이었다. 그 반란은 부분적으로 가구세(家口稅)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문이 촉발한 격앙된 분위기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오랫동안 쌓여 온 반감의 표현이기도 했으니, 즉 두 세대 동안 줄곧 자치권을 상실해온 도시들이 중앙정부에 대해서 표출한 분노의 표출이었던 것이다. 그 반란은 겨우 진압되었지만 이로 인해서 카스티야의 계약적 헌정체제의 마지막 흔적이 말살되었고 신분의회, 즉 코르테스의 해체도 가져왔다.
또한 카를 5세는 반도 외부에서 전쟁을 수행해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발발한 대외 전쟁에 개입함으로써 말년에 이르러 재정파산 선언을 해야 했고, 영토의 행정적 분열도 가속화되었다. 그 이후 펠리페 2세의 대규모 해외 원정과 프랑스 종교전쟁 개입의 실패 및 영국에 대한 해상 공격에 나선 무적함대의 패퇴, 앙리 4세의 즉위 등으로 인해 스페인은 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보인다. 그리고 펠리페 3세 치하의 부패한 총신 레르마 공작과 펠리페 4세 치하의 올리바레스 공작에 의해 행해진 정책 실패로 인해서 스페인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파탄지경에 이르게 된다.
뒤이어 30년전쟁에 대한 개입이 패배로 치닫고, 페스트로 인한 인구 감소와 외세 침략에 시달리는 동안 얼기설기 세습영토를 이어놓은(리처드 포드는 스페인을 “모래줄로 묶인 여러 지역의 집합체”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간의 스페인 제국은 쉽게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무기력한 카를로스 2세의 치세 동안 중앙의 정치권력이 대귀족에 의해서 장악되었고, 통화체계가 무너졌으며, 식량부족으로 인해서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제국주의적인 야욕으로 말미암은 전쟁과 수난과 고통은 스페인을 소진시켰고, 스페인 최초로 민주적인 군주정에 대한 실험을 하게 만듦으로써 제국의 대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19세기는 자유주의의 흥망성쇠, 쓰라린 내전과 더불어 권위주의 지배의 길을 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페르난도 7세가 사망한 후 카를로스주의와 자유주의자들의 싸움이 이어졌고, 복고왕정이 프리모 데 리베라의 쿠데타에 의해 전복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1931년 4월 제2공화국이 수립됨으로써 스페인은 대중 정치의 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스페인사>에 보내는 찬사
●로마와 비시고트의 점령, 현란한 문화유산을 남긴 무어인들의 지배, 부유하고 강력한 제국의 수립, 20세기의 쓰라린 내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차게 전진하는 성공적인 현대 국가의 출현에 이르는 2,000년에 걸친 다채로운 스페인사.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스페인사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인 레이몬드 카 경이 이끄는 팀의 대표적인 역사가들이 집필.
●풍부하게 제공된 아름다운 삽화들이 주요 순간들과 인물들의 생동감을 더해준다.